저는 대학부 시절, 마태복음 3장 31절부터 35절을 묵상하면서 (...누가 내 어머니이며 동생들이냐...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그즈음 하워드 스나이더의 <그리스도의 공동체>라는 책을 읽으면서 교회가 그냥 종교인의 모임이 아니라 영적인 가족이요 공동체라는 것에 대해 강한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도시 공동체를 꿈꾸며 책도 읽고, 훈련도 받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경험한 것은 철저한 인간의 죄성이었습니다. 큰 비전때문이 아니라 사소한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다투는 것을 보면서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거의 접었었습니다. 그러다가 사람은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과 사랑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배우고, 또 좋은 성도들을 만나면서 다시 한번 공동체에 대한 소망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제게 막연하고 이상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현실적이면서도 성경적인 공동체에 대한 상을 갖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인간이 죄인이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늘 염두에 두면서,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하신 것처럼 서로 섬기고 격려할 때 서서히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만들어져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라는 책에 보면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의 펜실바니아의 한구석에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로제토라는 도시의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한 의학 연구에 의하며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55세 이하의 사람들 중 누구도 심장마비로 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65세 이상의 경우에도 심장사망률이 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학자들은 혹시 그들의 식생활에 무병장수의 특징이 있지 않을까 연구했지만 그들은 주로 필요 이상의 지방을 먹고, 운동은커녕 건강에 신경 안쓰고 담배를 하루 종일 피워대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떤 학자는 유전에서 해답을 찾고자 연구했지만 특별한 유전적인 요인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자연 환경이 좋을까 하고 살펴 보았지만 본래 로재토는 채석장으로 초기 이민자들이 채석을 하면서 정착한 곳인데, 인근 지역의 자연환경보다도 훨씬 좋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환경이 좋은 주변 마을은 사망률이 높았습니다. 그러면 그 해답은 어디에 있었는가? 부룬과 울프라고 하는 학자들은 연구 끝에 로제토 사람들은 그 마을의 사회구조가 확장된 가족구조라는 것을 발견해 냈고, 한 지붕 아래서 3대가 같이 살면서 친근한 관계가운데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치밀한 연구 끝에 건강한 공동체 생활이 그들의 건강한 육신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습니다. 즉, 그들의 건강은 고립된 한 개인의 선택과 행동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달려 있었다는 것입니다.
공동체는 뭘 하는 단체가 아니라 그냥 함께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마음을 같이 할 수 있고 믿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는 여전히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로제토 마을보다도 더 육신적으로도, 영적으로도,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것이 제가 꿈꾸는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