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우리의 매일의 *일상은 우리의 믿음과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종교의식과) 좀 동떨어진 현실로 인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한없이 열심이고 선해 보이는 사람이 일상에서는 거기에 못 미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원론적인 신앙행태 극복하고자 80년대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기독교 세계관 운동은 본래 '이원론적인 삶'을 극복하고자 일어난 운동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세계관 운동이 지나치게 학문적으로, 철학적으로 토론(혹은 담론)되어지다 보니 오늘날 그것은 일부 지성인들의 지적 놀음 쯤으로 인식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매일의 일상은 종교행위와 동떨어진, "죄 많은 이 세상"속에서 어쩔 수 없이 임시로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상은 하나님의 뜻을 구현해 나가는 장입니다.
오래전 예수원을 방문했을 때 이런 문구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나 모르겠습니다.) "기도가 노동이고 노동이 기도이다." 어떤 사람은 문구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엄연히 기도와 노동은 구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기도는 기도이고 노동은 노동입니다. 기도가 노동을 대체할 수 없고 노동이 기도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기도와 노동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고, 노동하는 마음으로 기도하는 사람들이 그리스도인들이라는 말입니다. 이 둘은 영역은 다르지만 하나님에 대한 섬김이라는 면에서 같습니다. 어느 것이 더 우월하거나 저급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예배와 일상은 '구분'되지만 그렇다고 '구별'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양은 다르지만 둘 다 하나님을 섬기는 행위들입니다. 매일의 일상이 예배만큼이나 소중한 것이고 그것이 하나님에 대한 섬김의 행위라는 인식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일상의 영성입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모인 교회를 꿈꿉니다. 교회생활 잘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일상생활을 잘 하는 사람들이 모인 교회, 이것을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는 것이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 - 교회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은 세상과 상응하는 개념으로 세상이 장소적 표현이라면 일상은 시간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상'과 '세상'은 같은 의미입니다.)